우리는 만남과 대화를 원합니다.
우리는 가능한 방법을 찾습니다.
우리는 편견이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공간을 추구합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최성경
- 설립
- 2019년
- 주소
- 강원 춘천시 도화길6번길 12 (효자동) 1층
- 연락처
- 070-7382-0019
- 이메일
- mha019@naver.com
신매리 주택
1. 신매리 첫 만남과 땅
1. 만남
3월 말, 사무실을 찾은 부부는 집을 짓기 위해 북한강변에 작은 땅을 샀다고 했다. 중년의 부부는 각자의 직장을 다니고 슬하에 두 아들은 타지로 독립해 나가 있었다.
어떤 집을 짓고 싶으시냐는 물음에 “그냥 두 명이서 조용히 살 집, 주말에 아들이나 어머니께서 오셨을 때 지낼 수 있는 방이 있는.”이라는 답을 주었다. 또 다른 요구 사항은 없으시냐는 물음에도 “그냥 잘 모르겠어요. 평범한 집이요”라고 말했다. 특별함을 묻는 계속된 나의 질문에도 그저 평범이라는 답이 이어졌다. 결혼 후 20여 년 가까이 아파트에 지내면서 큰 불편이 없으셨다는 말씀에 조심히 “그러면 왜 집을 지으시려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저 조용한 곳에 살고 싶으시다는 답을 주시게 되면서 첫 미팅이 마무리되었다.
지금껏 집을 지으려 찾아오신 분들은 제각기 자신만의 분명한 동기가 있었다.
아이를 위해. 뭔가 특별한 재미를 위해. 체질적으로 아파트가 불편한. 등 각자의 하소연과 불타는 의지가 동반되는 것이 예비 건축주들의 평범함이었다. 사실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실천한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상황은 아니기에 평범하지 않은 분들의 평범함은 그랬었다.
그런데 신매리 주택의 건축주분들은 진짜였다. 진짜 평범함.
겨우 내놓은 요구는 방이 남향인 것과 주차 2대를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이것으로 전체 집을 그려나가야 하는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어 보이지만 평범함을 얘기하는 부부에게 특별한 장치나 공간은 난해해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매리 주택은 보통 사람의 보통의 집으로 그려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보통 사람의 보통의 집’을 딱히 불편할 게 없는 집으로 정의했다.
2. 땅
첫 설계 미팅을 마치고 다음날 신매리 주택의 땅을 찾았다.
마을에는 근래 10년 이내 새로 집을 지은 적이 없었다. 이 말은 곧 다들 오렛동안 한곳에 살아온, 구성원 간의 끈끈함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땅 주변에 기반 시설 상황을 체크하고 대략의 경계를 살펴보았다. 경계를 넘어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농작물과 경계에 아슬하게 걸려있는 이웃집 창고를 보면서 측량을 보통 시기보다 빨리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였다.
얼마 뒤 나온 측량결과에서 예상대로 농작물은 상당량 우리의 땅으로 넘어와 있었고 이웃집 창고는 경계를 살짝 넘어와 있었다.
오래된 집이 많은 시골마을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긴 시간 지내온 묵시적 합의가 있기에 딱히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 새로 집을 짓기 전까지는! 이제 우리가 그 누구가 되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상의 한 결과 욕심 없는 건축주분께서 그 답을 내놓으셨다. 침범한 이웃집 창고 건물은 우리 건축주가 비용을 대서 샌드위치 패널을 조정하였고, 농작물은 수확기까지 건축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만 건드리기로.
법대로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에서 건축주는 욕심을 내려놓고 기꺼이 바보가 되어주었다. 오래된 마을에 굴러온 돌이 되는 이 부부는 이곳에 잘 정착하기 위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첫 문제에서 양보의 첫 단추를 꿴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건축은 과정에서 무수한 변수와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라 오늘의 양보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씨앗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