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가 있는 사랑방과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데우는 전통 구들장은 여름밤 어머니 무릎맡에 누워 별을 세던 아련한 추억, 추운 겨울 부뚜막에 불을 지피던 아랫목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원 혹은 도심 주변에 단독주택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 가운데 현대식 주택의 편리함을 누리는 동시에, 시골에서 살던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을 꼭 하나 두었으면 하는 분들이 있죠. 어제의 추억을 오늘의 공간에 담으려는 건축주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설계 작업을 하였습니다.
웰하우스건축사사무소는 현대 건축에 한옥 공간을 접목한 주택을 구상하여 바이하우스(Bi-House)라고 브랜딩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이하우스의 한옥 공간인 사랑방 시공 과정을 간략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사랑방 시공과정
① 고래둑을 쌓기 전에 먼저 양질의 황토를 깔고 충분히 다짐한다.
② 바닥 외곽으로 개자리를 만들고, 고래 바닥에 1차로 소금을 포설하여 습기 방지를 하고 다시 다짐한다.
③ 내화벽돌과 내화모르타르, 점토 벽돌을 이용하여 아궁이를 만든다.
④ 개자리(연기가 식으면서 그을음을 떨어뜨리는 곳)가 설치되는 콘크리트 주변과 고래(아궁이의 불길을 굴뚝까지 유도하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치장 벽돌을 쌓은 고래둑 주변에 황토 미장을 한다. 두께 50mm의 현무암 석재를 구들장 재료로 사용했다.
⑤ 황토의 배합은 바닥에 던졌을 때 분사되지 않을 정도로 찰지게 한 순 황토를 사용하여 구들장 위에 1차 미장한다. 구들장 설치와 황토를 바른 후 아궁에 불이 잘 지펴지고 바닥의 온기가 고루 잘 전달되는지 중간 점검한다.
⑥ 사랑방 벽체는 대나무를 엮은 심벽과 왕겨숯을 사용한 단열벽으로 구성하고, 천장은 대나무 살과 각재를 이용하여 산자 엮기 후 황토를 위에서 바르고 아래에서 치받이하여 마감한다.
⑦ 벽체에도 황토로 미장한다. 이때 황토에 약품을 사용하여 점착력을 높이는 대신 대나무 살에 덧대어 메탈라스 철망을 추가하여 황토를 두껍게 미장하여도 갈라짐이 없도록 보완한다.
⑧ 바닥에 소금과 숯을 넓게 펴서 포설한다.
⑨ 양질의 황토로 최종 미장한다. 구들장 공사가 완료되면 아궁이에 불이 정상적으로 지펴지는지 기압이 낮은 날에 확인한다.
이천 바이하우스
현관 바로 옆에 배치한 사랑방은 외벽 역시 나무 기둥과 회벽으로 마감하여 한옥의 정취를 한눈에 느낄 수 있습니다. 한지를 덧댄 세살창 바깥으로는 시스템창호를 추가로 시공하여 단열에도 만전을 기했습니다. 한옥이라 하면 외풍을 걱정하는 건축주분들께 좋은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남양주 수동 바이하우스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누마루에 걸터앉아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자연과의 경계를 지우고 병풍처럼 두른 산자락에 포근히 안긴 이 집에선 마당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네요. 발을 들이는 순간, 세월에 쫓기지 않고 유유히 살아갈 수 있을 듯한 집. 이곳에서의 일상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