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독하는 우리집 짓기 #1
집짓기 첫 걸음은 설계
우리 집 짓기의 첫 시작은 설계다.
가장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집짓기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설계를 한다는 것은 나와 가족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집이란 물리적 실체로 변환하고 실행하는 방법을 도서로 작성하는 일이다.
즉 삶에 대한 철학부터 철근 배근 등 기술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집짓기라는 망망대해에서 길잡이가 되어준다.
하지만 많은 건축주들이 자신은 검소하게 지을 거라 설계는 필요 없다고 한다. 설계가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해서 잡지에 나오는 집처럼 만드는 일이며,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설계비를 아끼고 싶은 것이다. 설계 없이도 시공자에게 필요한 것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꼼꼼하게 매의 눈으로 지켜보면 잘 될 거라 막연하게 기대한다. 가족 간에도 그리는 집이 다른데 하물며 시공자가 다른 그림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데 말이다.
이렇게 설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니 설계도서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부실한 설계로 시공계약이 이뤄지니 시공은 첫 단계부터 삐걱댄다. 기본적인 것들이 명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당 얼마로 계약이 되니 당연히 공사를 하는 시공자는 관행처럼 일을 하게 된다.
건축주가 매의 눈으로 현장을 보고 따지더라도 계약에 누락되었다는 이유로 추가비용이 발생된다. 10년은 늙는 첫 단추는 설계부실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집을 짓기 위해 설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사치가 아닌 필수다.
설계는 직접 건축사사무소에 의뢰하면 된다.
이때 대부분 주택은 건축신고(지역에 따라 다르나 30평 미만) 사항이다. 그러다 보니 배치, 평면, 입면, 단면, 실내 마감도 등 10장도 채 안 되는 도면을 가지고 집짓기를 시작하게 된다. 창호와 구조 배근은 어떻게 하는지 전기등과 스위치, 수도배관 등등이 약속이 안 된 상태에서 공사를 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신고사항에 해당하는 건축규모라 할지라도 최소한 허가에 준하게 설계를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우리 집 짓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설계도서
- 개요서, 실내재료 마감표, 배치도, 각층평면도, 입면도, 단면도, 창호도, 건축설비도(전기, 통신, 냉난방, 위생, 소방 등), 구조도, 지목이 대지가 아닌 경우 토목도서, 허가 및 착공 조건 -(말 그대로 최소한이다.)
도서 작성 시 어떤 자재를 사용할 것인지 품명, 규격 등이 건축주와 협의하여 구체적으로 표기가 되어야 시공견적을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건축주의 참여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누구나 자신의 직업은 소중하고 더 잘하고 싶다는 것이다.
다만 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시공을 못할 뿐이다. 좋은 설계도서로 건축주와 시공자가 현장을 약속하고, 좋은 기술자가 상주하여 다양한 공종의 기능인들을 잘 지도 감독해야 한다.
그러면서 잘못된 작업 관행들을 개선하면 좋은 집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