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1.06.10
- 보통의 건축가
- 조병규의 건축에세이
보통의 건축가 조병규의 건축에세이
조병규 지음 | 심화북스 | 2021년 06월 05일 출간
이 책은 건축가가 되고자하는 아들과 보통 이상의 집을 짓고자 하는 예비건축주에게 들려주는 진솔한 안내서이다.
세속에서, 진흙탕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가꾸고 존중하는 조병규 작가의 열정과 도전을 통해 우리는 꿈을 실현해나가는 길을 찾게 된다.
목차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06
나의 직업 12
축소된 세상 30
광합성이 필요해 40
가족 덕분이다 52
3년이라는 시간 64
탈옥을 꿈꾸다 74
바라는 집에 대한 생각 86
전원 살이 단상 - 자발적 고독 98
전원 살이 단상 - 댕댕이와 함께 하는 삶 102
전원 살이 단상 - 기분 좋은 낮잠 108
전원 살이 단상 - 내 집은 우주 112
독립을 꿈꾸다 118
버티지 않고 주도하기 124
양수리 오형제 140
작품이 아닌 작업일 뿐이다 148
이별 준비 154
따로 또 같은 두 건축가의 집, 모조 mojo 160
시골의 협소주택, 모조 mojo 176
직주근접, 자처한 변방의 건축가 180
생존권 보다 자존감 190
할부하는 두 소장 198
양수리에서 다시 쓰는 전원일기 204
보통의 기준 214
고마운 사람 218
책 속으로
[p.2]
좋아하는 일이 생계의 방편이 되는 것만큼 행복하고 다행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기 힘든 이유는 좋아하는 일에 때가 묻거나 생활이 깃드는 것을 싫어하는 마음이 커서다. 세속에서, 진흙탕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가꾸고 존중하는 것이 프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산다고 생활이 아름답지는 않다. 세속은 내가 살아가는 무대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축을 세속 안에서 통일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내가 꿈꾸는 보통의 건축가이다.
[p.27, 나의 직업]
아빠이기 전에 먼저 이 길을 가고 있는 선배 ‘건축가’로서 어떤 도움의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시답지 않은 격려나 꼰대스러운 훈계 따위가 아니려면 내 이야기를 솔직히 들려주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아들에게 전할 나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건축가’를 꿈꾸는 후배들이나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쓸모 있는 지식 습득은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건축가’란 직업이 ‘신사의 품격’이란 드라마 속 장동건처럼 낭만적이고 멋지지 않을지라도 남과 내가 존중할 만한 ‘신사’ 같은 품격을 가진 ‘직업’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는 있기를 바랄 뿐이다.
[p.45, 광합성이 필요해]
스스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무엇이든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매달려보라. 스스로 기회를 넓혀가는 힘을 기르게 될 것이고, 가능성이 열린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두근거리는 가슴이 먼저 알아챌 것이다.
[p.49, 광합성이 필요해]
“난 특별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보가 된 거 같아요, 내가 목표하는 대학은 힘들 거 같아.”그래서 난 이렇게 말해주었다. “네가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이지, 어떤 대학은 아니지 않니? 수능하고 재능하고는 아무 상관없어. 네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음이 분명해. 아들! 수능 따위에게 지지 말자.”
[p.88, 바라는 집에 대한 생각]
틈 없이 반복되는 일상 먹고, 자고, 싸는 행위가 이어지는 집에서의 일상이 누군들 늘 특별할까 싶지만 기능과 효율만 남은 아파트의 일상은 잠시 잠깐의 반짝거림을 만들어낼 틈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 비유하자면 아름다운 글은 장황한 묘사나 수사로 채워진 글이기보다는 진실을 묘파하는 간결한 문장과 문장 사이의 행간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단문(일상)과 단문(일상) 사이에서 밑줄 긋고 싶은 행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이었다.
[p.94, 바라는 집에 대한 생각]
집 앞에는 오리가 어슬렁거리는 논이 자리하고 있었고, 저 멀리 기차소리가 아련했다. 대여섯 가구가 모여 있어 홀로 외롭지 않았고, 곁에 주인댁이 같이 있는 것이 마음이 놓였다. 윤기의 무서움을 달래줄 좋은 환경이었다. 우리 가족이 원하던 바람과 부합하는 그런 곳이었다. 계약하며 교수님에게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다 했다. 교수님도 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손자 같은 이 아이가 크는 걸 지켜보고 싶다 화답하셨다. 그렇게 내 인생의 몇 안 되는 좋은 선택을 했고, 이곳에서 행복했다.
[p.110, 전원 살이 단상 - 기분 좋은 낮잠]
한낮, 햇빛이 쨍하게 들어오는 거실을 피해 구석자리 찾아 멍하니 누워 있다 보면 풀벌레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가 귀에 스민다. 리듬이 있고, 강약이 있으며, 조화를 이룬 소리다. 그 소리는 어느새 나의 심박과 싱크되어버리고, 난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는 잠에 잠겨버린다. 기분 좋은 낮잠이 시작되는 것이다.
[p.309, 고마운 사람]
양수대교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평범한 다리이지만 때론 아름답고 우아해서다. 평범함은 세상과 조화로울 때 때때로 비범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의 보통은 그래서 세상과 조화로운 평범함이고 싶다.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아름답거나 우아하고 싶다. 지극히 보통의 평범함 속에서 말이다.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투닷건축사사무소 조병규, 모승민
우리는 배타적이고 종속적인 건축을 지양합니다.
생활과 문화로서의 건축을 함께 만들고, 시간과 함께 곰 삯아 좋은 결을 만드는 그런 건축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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