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0.04.22
-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도시
- 코로나19는 도시 생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우한의 도로 ⓒAFP
런던을 대표하는 모습 중 하나인 템스강을 따라난 빅토리아 하수 시스템. 19세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콜레라가 유행하지 않았다면, 현대적인 새로운 하수 시스템의 필요성은 결코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폐수를 안전하게 운반하고 식수 공급과 분리되도록 고안된 Joseph Bazalgette의 업적 역시 결코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하수 시스템은 완전한 전염병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의 법과 정체성에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온 기원전 430년의 아테네 전염병부터 유럽 사회의 계급 권력을 변화시킨 중세 흑사병을 지나, 초 세계화된 도시들의 상호 연관성을 조명하게 된 에볼라 전염병에 이르기까지. 공중 보건의 위기는 대도시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다.
현재, 세계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싸우고 있으며 사람들은 집안에 갇히게 되었다. 그 결과 도시를 이동하는 방법, 일하는 방식, 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들이 바뀌고 있다. 한편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들 중 어느 것이 전염병이 끝나도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고 있다.
밀도와 분산 사이의 명확한 긴장
△ 홍콩 주거단지 ⓒAFP
판데믹 이후 도시 계획자들이 직면하게 될 가장 시급한 질문은 밀도와 분산 사이의 명확한 긴장이다. 밀도는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요소로서 도시를 계속해서 집중화 시킨다. 분산은 감염 전파를 억제하기 위해 현재 사용되는 주요 방법 중 하나로 사람들을 떨어트려 놓는 것이다.
MIT의 도시 연구 교수이자 기후 변화 및 도시 프로그램에 관한 UN의 고문인 Richard Sennett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그리고 정당한 이유로 밀도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고밀도의 도시가 에너지 측면에서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에, 공중 보건과 기후 사이에 장기적인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식당, 술집, 클럽과 같이 밀집된 곳에 가지 않고도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래에는 개별 건물과 넓은 지역을 위한 디자인 방법을 찾는 데에 다시 초점을 맞출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뉴욕이나 홍콩과 같은 대도시가 땅값이 매우 비싸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기서의 성공은 또한 중요한 경제 개혁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Karen Harris가 말하는 '거리 감소'
△ 코로나19로 늘어나는 재택근무
MTG의 컨설턴트 Karen Harris가 말하는 '거리 감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직원들이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이에 익숙해지는 근로자 또한 늘고 있다. Harris는 "이 습관들은 지속되기 쉽다"라고 주장한다.
'거리 감소'가 대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직업에 대한 근접성이 더 이상 거주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면, 도심 주변 교외의 매력은 사라진다. 기존의 도시 중심지와 멀리 떨어진 새로운 마을이 부각되는 반면, 전통적인 교외 통근권은 사라지는 세계로 향하고 있을 수 있다.
디지털 인프라가 강화된 스마트 도시
△ 중국 선전 기차역의 보안 로봇은 마스크 미착용을 경고하며 체온 및 신원을 확인한다. ⓒAlex Plavevsk
코로나19의 또 다른 잠재적인 영향은 도시의 디지털 인프라 강화일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의 악영향을 받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한국은 기술 혁신을 통해 감염된 환자의 동선을 추적하여, 가장 낮은 사망률을 기록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추적하기 위해 Alibaba, Tencent와 같은 기술업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음 전파자가 어디에서 나올지 예측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스마트 도시’라면, 우리의 행동을 디지털로 포착하고 기록하려는 노력과 기업이나 국가의 감시권에 대한 더 치열한 논쟁을 기대할 수 있다.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정책
△ 식료품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아일랜드의 ‘커뮤니티 테이블’ ⓒCharles Krupa
일시적인 의학적 응급상황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생활 현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급격한 구호에 빠지게 되었다. 사회적 관심이 결여된 노인부터 의지할 경제력이 없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까지. 이러한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구호 집단의 급격한 증가는 다양한 연령층을 하나로 모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를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깝게 만들었다. 이러한 집단이 코로나19의 종말에도 살아남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은 위기로부터 어떤 정치적 교훈을 얻느냐에 달려 있다.
분열된 개인이 아니라 집단 전체로서의 사회의식이 강해지면,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더 많은 정책에 대한 요구가 장기적으로 증가하게 될 수 있다. 개인 병원은 이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추가 비용 없이 병상을 개방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 있으며, LA에서는 노숙자들이 빈 집을 점거하고 있어 일부 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기업을 우선시하던 도시 정책은 코로나19로 인해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코로나19가 지나가면서 줄어들게 될까, 아니면 계속해서 지속될까?
아직 정확한 답을 알 수 없지만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 내에서 빠르게 형성되고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일들에서 낙관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Sennett는 “우리가 도시 사회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이전에 없던 욕망을 인식하게 되고 있다. 이 욕망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연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콜레라 때문에 탄생한 하수 시스템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도시생활의 변화가 계속해서 지속될 것인가는 현재 입증되고 있는 중이다.
출처: Cities after coronavirus: how Covid-19 could radically alter urban life, 가디언지
매거진HD 노태린
헬스케어 디자인 매거진 <매거진HD>는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의료공간 전문 디자인 매거진입니다.
이전글 | 만져지는 집 |
---|---|
다음글 | 색칠공부와 아카펠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