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8.01.24
-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의 생일(1944.1.25)
- Lausanne Interface Flon Railway and Metro Station(2000/2008)
복합한 이론은 차치하고 적어도 내가 봤을 때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의 건축은 '같기도' 같다. 복도 같기도 하고 만남의 공간 같기도 한, 건물 같기도 하면서 조각 같기도 한, 다리Bridge 같기도 하고 건물 같기도 한, A 같으면서도 B 같은 건축. 츄미의 '같기도' 한 건축에 선뜻 이해하기 힘든 그의 이론이 겹치면 왠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은, 조금 복잡해 보이는 건축물이 나온다.
츄미는 1944년 1월 25일 스위스 로잔Lausanne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장 츄미Jean Tschumi(위 사진)도 꽤 유명한 모더니즘Modernism 건축가였다. 장 츄미는 베르나드 츄미의 18번째 생일(1962.1.25)에 세상을 떴다(1904.2.14 生). 츄미는 1969년에 취리히 스위스연방공대ETH에서 건축학위를 받았다. 그가 태어난 로잔에도 스위스 연방공대EPFL가 있고 그의 아버지가 이 대학의 교수로 있었다는 점을 보면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대학 졸업 후 츄미는 글과 드로잉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건축이론가였다. 1970년대에 쓴 논문에서 츄미는 건축 작품의 객관적 성격과 관람하는 주체의 건물 내 현존 사이에 존재하는 분열을 다루었다고 한다. 그러다 1983년 파리의 라빌레뜨 공원Parc de la Villette 국제현상설계에 당선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위 이미지와 아래사진). 그의 나이 39세 때 일이다.
츄미는 라빌레뜨 공원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파리에 자신의 첫 번째 사무소를 차렸다. 이후 1988년 뉴욕에 BTABernard Tschumi Architects 본사를 개설했다. 1988년~2003년 동안에는 컬러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의 'Graduate School of Architecture, Planning and Preservation' 학장으로 있었다. 이 외 AA스쿨, 프린스턴 대학Priceton University, 쿠퍼유니온Cooper Union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에이드리언 포티Adrian Forty는 베르나르 츄미를 "비합리성과 욕망으로 추동되는 새로운 비평 이론을 건축 사상에 성공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인물"로 평가했다. "《The Architectural Paradox, 1975》에서 그는 사람들이 건축에 대해서 느끼는 불만은 생각된 공간과 체감된 공간의 차이에서 온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건축은 상호 의존적이면서 동시에 상호 배타적인 두 가지 조건으로 이루어진다. 건축은 체험의 리얼리티Reality로 이루어지지만 이 리얼리티는 전반적 비전Vision을 방해한다. 건축은 절대 진실의 추상으로 이루어지지만 이 진실은 느낌을 방해한다. 우리는 체험에 대하여 체험하고 사색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각된 공간'과 '체감된 공간'을 "서로 연결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건축을 말한다, 에이드리언 포티Adrian Forty, 미메시스》."
츄미의 조국 스위스 내 도시들은 알프스 산맥과 호수로 이루어진 자연적 조건으로 인해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갖게 됐지만 동시에 다양한 지형적 여건을 극복해야 했다. 스위스의 왠만한 규모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케이블 카Cable Car(Funicular Train)는 이런 노력 중 하나다. 그의 고향 로잔도 마찬가지 였는데, 로잔에서는 1876년 현재 로잔 지하철Lausanne Metro Line의 모태가 되는 케이블 카가 개통됐다.
제네바 호수 변의 우시항Ouchy Port과 성 프랑수아 광장Place Saint-Francois 구간에서 저지대였던 '르 플론Le Flon' 일대가 공사 과정에서 나온 흙으로 되메웠다. 플론 지역은 19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플론 강River Flon이 있던 곳으로 가죽 세공 과정에서 나온 악취 때문에 기피 지역이었다. 당시 메워진 지역이 현재 그랜드 폰트Grand Pont 일대로 츄미가 설계한 Interface Flon Railway and Metro Station이 이곳에 있다(위 45도 사진). 1991년에는 플론과 로잔 서쪽 EPFL을 연결하는 메트로1호선이 개통됐다.
메트로1호선이 로잔 철도역과 교차하면서 이 일대는 교통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플론 지역의 이미지 쇄신과 그랜드 폰트 일대의 높이차를 극복해야 했다. 우선 플론 지역은 멀티플렉스Multiplex와 예술가들의 작업장 및 갤러리가 밀집된 꽤 매력적인 동네가 됐다.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8년 현상설계가 열렸고 베르나르 츄미는 '브릿지 시티Bridge City'라는 개념으로 당선자가 됐다(위&아래 이미지). 54년 만에 츄미는 자신의 고향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츄미는 플론 일대의 지형적인 특징 때문에 주변 건물들이 대지에 반쯤 묻혀 있고 어떤 건물은 지붕 높이가 주변 땅의 높이와 거의 비슷한 상황을 설계 시작점으로 잡았다. 츄미가 봤을 때 플론 일대의 건물은 기본적으로 '건물Building'이지만 부차적으로는 수직적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Passageway이기도 하고 상층부를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될 수도 있었다. '통로 ← 건물 → 다리'가 성립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여기서 츄미는 플론 계곡Flon Valley을 연결하기 위해 4개의 다리를 놓음으로서 '건물 ← 다리 → 통로'로 관계의 방향을 변경시켰다. 츄미의 안에서 플론 계곡을 연결하는 4개의 다리는 가장 핵심이다. 츄미는 이 4개의 다리를 '인해비티드 브릿지Inhabited Bridges'라 불렀다.
4개의 인해비티드 브릿지를 시설적으로 분류하면 도시 인프라Infrastructure다. 공간적으로는 비슷한 높이를 수평적으로 연결해주고 다른 높이를 수직적으로 연결해주는 장치다. 여기에 "프로그램Program과 사람들의 행위Action 및 이벤트Event가 없는 건축은 없다《Architecture and Disjunction, MITPress》"라는 그의 생각이 반영되어 4개의 다리는 '어번 제네레이터Urban Generator'라는 도시적 매개체Vector가 된다. 츄미의 직접적인 설명에 따르면 '어번 제네레이터Urban Generator의 개념'은 "기존 도시에서의 새로운 공간적인 연결 뿐만 아니라 다가올 시기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도시 이벤트Urban Events나 예측불가능한 계획에 따른 요소를 조장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츄미의 계획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플론 개발을 주도한 The Group Lausanne-Ouchy SA는 이 일대에 앞으로 들어설 교통시설을 위한 새로운 교통환승센터에 대한 설계를 츄미에게 의뢰했다. 줄어든 프로젝트 규모에 맞춰 츄미는 '브릿지 시티' 개념의 일부만 가지고 왔다(대지면적 251,000㎡→11,150㎡).
프로젝트 1단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대상지 상부를 지나가는 브릿지다. 대상지 남북을 연결하는 80m 길이의 브릿지는 프로젝트의 모태가 되는 '브릿지 시티'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요소다. 브릿지는 1차적으로 플론 계곡 상부를 수평으로 연결한다. 2차적으로는 Place de l'Europe에 있는 버스 정거장과 지하의 M1역을 수직으로 연결한다.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다리, 엘레베이터,에스컬레이터, 경사로 그리고 계단은 물리적으로 떨어진 두 지점을 '연결Interface'하는 장치들이다.
2001년 1단계 완공 후 2003년 기존 메트로 우시 선Metro-Ouchy line을 연장하는 메트로2가 착공됐다. 2008년 완공된 M2는 로잔 북동쪽 레 크로와제뜨Les Croisettes까지 연장됐다. M2 완공에 맞춰 프로젝트 2단계 공사가 2006년 시작돼 2008년 완료됐다. 2단계 공사의 초점은 지하철 M2역을 추가하고 연결하는데 있었다. 더불어 통합 대합실과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는 실내공간 조성도 포함됐다(연면적 420㎡).
츄미는 비트루비우스Marcus Vitruvius가 건축을 정의했던 '미Aesthetic', '구조Structure', '기능Function'을 '공간Space', '움직임Movement', '사건Event'으로 재정의했다. 내가 생각에는 츄미가 건축을 정의한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건Event'이다. 츄미도 "사건은 각각의 새로운 공간에 의해 변경된다. 또한 역으로, 모순적인 프로그램을 이미 주어진 '자율적인' 공간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공간이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얻기도 한다. 일련의 사건의 집합인 특정한 프로그램에서 불일치와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를 사건의 의도와 무관한 자율적인 공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공간은 사건에 의해, 즉 모순된 프로그램이 발생시키는 역동적인 긴장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이러한 모순에 의한 의미 획득과정을 '해체Disjunction'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Architecture and Disjunction, MITPress》.
라빌레뜨 공원 현상설계가 있은 후 10여년이 지난 1994년 베르나르 츄미는 비슷한 개념으로 두 개의 작업을 착수했다. 그 중 하나가 Interface Flon Railway and Metro Station이고 나머지 하나가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내에 있는 알프레드 러너 홀Alfred Lerner Hall(1999, 위 사진)이었다. 두 작업에서 츄미는 '브릿지'라는 이동을 위한 장치를 도시 공간과 사회적 공간Social Space으로 확장시키고자 했다. 솔직히 알프레드 러너 홀에서는 이 의도가 성공하지 못했다. 러너 홀에서 브릿지는 각 층을 연결하는 경사로로 구현됐는데 여러 이유로 사회적 공간으로 쓰이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Interface Flon Railway and Metro Station은 로잔의 중심부에 있는 도시 공간이다. 츄미는 《Architecture and Disjunction, MITPress》에서 "도시의 중심부에는 경제적 역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의도적이건 자연적이건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활동은 도시에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도시 중심부라는 입지 자체가 건축물에서 이벤트가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셈이다.
더군다나 Interface Flon Railway and Metro Station은 기능적으로 구조물의 설치 목적 자체가 다른 지역과 로잔을 연결하는 움직임(동선)을 처리하는데 있다. 움직임이 기본적인 기능인 구조물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Interface Flon Railway and Metro Station을 이루는 장치들이 '광장'과 '가로'라는 공공 도시 공간과 장애물 없이 연결돼 있음으로 인해 이벤트가 만들어질 수 있는,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Interface Flon Railway and Metro Station은 도시계획시설상 '교통시설'이고 건축물의 용도상 '운수시설'이다. 영어로 설명하면 '인프라'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이 장치의 집합은 단일 건물이 아닌 도시 공간이다.
도시설계가 Archur
Archur가 해석하는 도시, 건축.
저서. <닮은 도시 다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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