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 838
좋아요 3Posted on 2017.12.15
- 상공회의소 #02. 패턴
- 재미나요 l 우리나라
오랜만에 건물사진 찍으니 참 즐겁더군요. 화면 안에 짜임새 있는 대상이 꽉 차게 들어왔을 때의 기분은 언제나 황홀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말했던 것처럼 두개 층, 두 유닛 간격으로 면이 분할되어 있는데, 지루함이나 황량함을 덜어주기 위한 무난한 수법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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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닛 간격으로 반복되는 두툼한 석재 프레임은 은연중에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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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 프로파일도 투박한 게 아니라 한 차례 홈을 두었는데, 이런 표정도 고전 건축의 장식을 연상케 하는 듯합니다.
확대해 보니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는 것도 재밌습니다. 빗물 떨어지라고 해놓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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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홈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의외로 크게 느껴집니다. 훨씬 정교하고 단호해 보입니다.
흔하게 지어지는 오피스 건물에서 대단한 발명이나 기술적인 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겠고, 이런 정도의 정성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즐거움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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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 방향의 프레임은 가로 방향의 프레임보다 깊이가 훨씬 깊은데, 이전 사진을 보면, 그 깊이가 “세로 방향 돌기둥(?)”의 깊이와 엇비슷함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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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 층 간격으로 가로지르는 가로 방향의 부재는 좀 더 두툼하고, 홈 또한 좀 더 깊고 넓게 파여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두 부재가 돌기둥(?) 위에서 이어지는 부분에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구멍이 뚫려있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앞서 보았던 작고 동그란 구멍과 마찬가지로, 빗물 빠져나가라고 해 놓은 것으로 짐작됩니다. …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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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이 여러 번 나뉘어져 있어서, 이렇게 꺾인 면이 많이 나오는데, 면이 접힐 때마다 입면 패턴도 바뀌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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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 층 간격으로 가로질러가던 두툼한 프레임은 패턴의 변화와 상관없이 그대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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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수법은 아닙니다만, 이런 장면을 볼 때 마다 잘 짜인 패브릭이나 시, 음악 따위가 연상되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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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은 제법 그럴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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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몇 가지 입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는데, 같은 재료와 부품, 그리고 기본적인 디자인 방향(가로방향의 면 나뉨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어서 일관된 하나의 건물이라는 느낌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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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 보였던, 길고 납작한 돌 나뉨. 아래에서 위로 쌓여서 무게를 지탱하는 돌이 아닌, 스크린처럼 가뿐하게 부착되는 돌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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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오던 입면 중 일부는 안으로 꺾이면서 필로티의 천정이 됩니다. 알루미늄 시트가 디귿자로 꺾이면서 단차를 만드는 모습은 곧잘 보았던 것인데, 이런 장면에서 늘 아쉬운 점은 시트가 옆의 벽면과 만나는 모습입니다. 두툼한 코킹으로 발라놓은 모습이 그다지 산뜻해 보이지 않더라구요. 하긴, 의식하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모듈마다 두 개의 “부식된 점”들이 보이는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빗물처리를 위해 뚫려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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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 아래로는 부출입구가 있었습니다. 바깥으로 튀어나온 방풍실이 자연스럽게 “출입구가 여기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플랜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저 같았으면 꼭 필요한 부분만큼만 방풍실로 계획했었을 것입니다. 출입문 옆면이 군더더기 같아 보이고, 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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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면에 면한 기둥이 두개인 점이 굉장히 신기해 보였습니다. 신축건물이 아닌 리노베이션 건물이기 때문에 이런 장면이 나온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얀 기둥이 원래 있었던 기둥이고 검은 기둥이 리노베이션되면서 추가된 것인지… 그 반대인지… 아니면 둘 다 원래 있었던 기둥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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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내려오던 두 개의 기둥은 사람 눈높이 근처에서 하나의 기둥으로 결합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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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턱을 두면서 결합됩니다. 조형적으로도 그다지 산뜻해 보이지 않았거니와, 높이나 폭이 마시고 난 커피 잔 등을 올려 놓기에 딱 좋게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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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 마감된 벽면을 액자처럼 사용해서 큼지막하게 면을 분할하는 장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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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순수하게 어떤 미학적인 염두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아트리움 같은 내부 공간의 얼개를 어느 정도는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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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을 건물의 시스템이나 공간의 얼개와 전혀 상관없는 치장이라고 생각하면 공허해지기 쉽고, 그렇다고 단순히 “내부 공간 얼개의 충실한 반영”으로만 고지식하게 생각을 하면 지루해지기도 쉬운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도, 어두운 돌로 만든 프레임이 저층부의 거대 아트리움의 볼륨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아트리움의 윤곽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층부는 어느 정도 공간의 윤곽을 “액자”가 감싸고 있지만, 그 위로는, 사실 내부 공간이 정말로 구분되어 구획되는 것은 아닌데도 액자만 홀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부 공간의 얼개, 바깥에서 보이는 건물 전체 볼륨에서 기분 좋게 분할되는 지점… 등등의 몇 가지 상황들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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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 몇 가지 단위 입면패턴들이 복잡하지 않게 차곡차곡 조합되는 상황인데, 막상 도면으로 정리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l 출처 l 상공회의소03
l 출처 l 상공회의소04
건축가 천경환
손과 발로 풍경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읽어낸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그 기록들을 양분 삼아 디자인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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