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큐브 하우스 Orange Cube House
북한남동은 오랫동안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킨 주거단지이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주변 이태원과 한남오거리의 번화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지리적으로 보아도 영락없는 섬의 형태이다. 육교가 아니면 건널수 없는 8차선도로와 뒤쪽의 배봉산이 북한남동을 섬으로 만든 것이다. 이곳의 주택들은 마치 누구 하나가 모든 건축을 맡아서 한 듯, 건물들이 거의 비슷한 재료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 숨겨진 섬의 한가운데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단번에 이곳의 콘텍스트를 변화시킬 디딤돌이 필요했다.
얼마 전, 근처에 이 동네의 주를 이루고 있는 붉은 벽돌의 흐름을 이은 듯한 붉은 벽돌집이 지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꽤 근사하게 잘 지어진 그 집을 마주한 채 컨테이너로 집을 지었다. 이 섬이 갈망하는 외부와의 소통, 즉 더 많은 이들의 출입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조금 더 과격한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과격함을 가진 건물과 그것이 녹아든 이 동네가 바깥세상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건물에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과격함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주거단지 속에서 나 혼자 상가일수는 없기 때문에 1층과 지하를 제외한 모든 층은 주택으로 설계하되 컨테이너만이 가능한 기능을 살렸다. 같은 크기를 사용하면 추후에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한 컨테이너의 특성을 살려 시간이 지나 다른 욕구가 생기면 언제든지 용도를 달리 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갖춘 것이다.
주택으로의 컨테이너
컨테이너로 집을 짓는다는 것은 더 이상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서 쏟아지는 컨테이너의 재발견에 대한 소식에는 놀라움과 신기함, 불안감이 교차한다. 국내에 컨테이너를 활용하여 많은 상가들과 사무실들이 만들어져 왔지만, 아직 주택시장에서의 컨테이너는 불확실성이 더 크다. 2층 규모의 컨테이너 주택들은 이미 도처에 존재해 왔지만, 3층 이상의 컨테이너 주택은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자체가 가지는 모빌리티 개념을 현대인의 노마딕한 삶과 연결하여 컨테이너의 형태를 억지로 만들어낸 프로젝트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해상용 컨테이너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한 큰 의미는 찾기 어렵다고 판단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수많은 리서치를 했으나 4층 이상의 컨테이너 주택은 찾기 어려웠다. 때문에 참고로 할 만한 어떤 프로젝트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했다. 컨테이너라는 정해져 있는 모듈 안에서 아파트의 광활한 공간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의 공간감과 정서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컨테이너 stacking
밀집한 서울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수많은 전신주들이 막아선 상황에서 컨테이너를 쌓아 올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우리는 때마침 바로 뒷집의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3일간 뒷집이 철거된 공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마저도 반 뼘만 길이 좁았으면 불가능 했을 만큼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이 들어올 공간도 충분치 않았다. 컨테이너를 하나하나 들어 올려 내릴 때마다 아찔함의 연속이었지만, 오랜만에 조용한 동네에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이웃들이 너도나도 나와 구경을 하는 탓에 한동안 마을이 시끌벅적했다. 항상 민원으로 붉어지던 건축현장이 어느덧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버린 듯 했다.
해상용 컨테이너는 배에 실려 전 세계를 옮겨 다닌다. 대부분 5개 층 이상으로 적층되어도 구조적인 문제점이 보이지 않지만, 컨테이너를 주택으로 개조 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컨테이너의 철판을 상당부분 제거해 개조 과정에서 이미 그 자체의 구조적 완결성을 상실한다. 그래서 그에 따른 구조 보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보강은 대부분 각파이프로 이루어지는데, 추후에 각파이프 내부 결로를 해결할 장치도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3d 프린터로 각파이프 내부의 결로를 방지해줄 vent를 제작하였다. 더불어 발코니 하부의 접힌 철판은 발코니로 떨어지는 물을 아래로 유도하는 물받이 역할과 함께 자체로는 단조롭지 않지만, 컨테이너 적층이 가져오는 반복성에 따른 지루함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 지하 1층 공간 구성 전
△ 지하 1층 공간 구성 전
△ 지하 1층 공간 구성 후
△ 지하 1층 공간 구성 후
△ 지하 1층 공간 구성 후
△ 지하 1층 공간 구성 후 상부에서 내려다본 모습
공간계획
집은 철근콘크리트구조 지하층 위에 4개의 컨테이너가 쌓여 이루어진다. 1층은 근린생활시설, 2,3,4층과 다락은 주택으로 계획되었다. 컨테이너 자체의 구조해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방을 컨테이너의 자체적인 크기를 최대한 활용했다. 2층과 3층에는 컨테이너를 T자 형태로 배치하여 두 개의 방을 만들고, 2층과 3층을 연결한 복층형태의 방 두 개를 만들었다. 복층방은 각각 출입구를 층별로 분리하여 복도에서의 번잡함을 최소화하였다. 복층방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소의 계단 하부는 옷장으로 사용된다.
△ 층별 다이어그램
△ 단면 다이어그램
△ 1층 카페
△ 1층 카페
△ 1층 카페
△ 1층 카페 가벽
△ 공간을 확장시키는 가벽
△ 공간을 확장시키는 가벽
△ 가벽 너머에서 본 카페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 가족구성원들의 요구에 따라 방마다 각각 화장실을 배치했고, 각각의 방이 방하나가 아니라 하나의 주택처럼 느껴지도록 방 안에작은 거실과 또 다른 방을 배치했다. 모든 공간은 최소한의 스케일로 계획하였지만, 컨테이너 문짝 부분을 오픈하고 발코니를 두어 심리적 개방감을 선사했다. 더불어 4층에는 가족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실과 주방이 있다. 여기서 정북일조권사선이 만들어준 테라스는 한남동 일대 남산을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계단실
△ 2층 식당
△ 2층 식당, 주방
△ 2층 테라스
△ 3층 테라스
△ 복층으로 향하는 계단과 계단 하부의 옷장
△ 2, 3층 침실
△ 화장실
△ 4층 식당
△ 4층 식당, 주방과 테라스
△ 4층 거실
△ 다락으로 가는 계단
△ 천창이 있는 다락 침실
△ 4층, 다락 테라스
공사비와의 전쟁
컨테이너로 집을 지으면 공사비가 적게 든다는 강력한 믿음이 존재한다. 실제로 그렇긴 하지만, 컨테이너로 집을 지을 때는 특히 그 특징과 구조를 알고 이해한 상태에서 디자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사비 절감은 허황된 꿈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일단 국내에서의 지진하중을 고려하면 컨테이너 자체만으로 3층 이상의 건축물의 허가를 받을 수 없으며, 앞서 이야기한대로 별도의 구조보강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는 Orange Cube는 컨테이너 자체에 구조보강을 실시하고, 현장에서 전 층을 연결하는 구조보강을 추가로 실시했다. 따라서 컨테이너로도 생각보다 많은 공사비를 절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한번은 살아보고 싶고 지어보고 싶은 집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 보인다.
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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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지하 1층, 지상 4층 |
건축면적 | 78.26㎡ |
건폐율 | 59.88% |
구조 | 해상용 컨테이너 |
최고높이 | |
시공 |
용도 | 근린생활시설, 다가구주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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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 130.7㎡ |
연면적 | 332.26㎡ |
용적률 | 192.24% |
주차대수 | 2대 |
사진 | 류인근 |
설계 | 디자인길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