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안의 구보는 도시를 배회하며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경험한다. 특별함은 소수가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기억과 경험, 애정이 쌓이고 시간이 흘러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는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물리적인 실체를 사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건축의 물리적 구조물이 빚어내는 형태가 지닌 힘에 관심을 둔다. 이 형태가 도시의 부분들을 연결하고, 보이지 않는 공간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건축을 이끄는 좋은 질료가 된다.
우리는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건축을 추구한다. 이는 결과물로서 좋은 건물을 생산하는 것 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공유할 때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믿고 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조윤희
- 설립
- 2015년
- 주소
- 서울 용산구 청파로93길 42-1 (서계동) 2층
- 연락처
- 02-6448-8098
- 이메일
- yoonhee@gubo.kr
Make Play Learn
성원초등학교 메이커스페이스 거점센터 리모델링
Make Play Learn은 나란히 자리한 기존 빈 교실 세 개를 학생들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와 기자재실로 활용하는 프로젝트였다. 교실 마루는 낡았고, 조명은 노후하여 교체가 필요했으며, 창은 남측을 향하고 있지만, 산에 가려있어 채광환경이 좋지 못했다. 또한 교실 앞 복도에는 신발걸이와 개수대, 화물용 엘리베이터 등의 시설이 혼재되어 있어 여느 오래된 학교 건물처럼 학생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써 개선해야 할 부분이 도처에서 발견되었다.
메이커 스페이스 조성에 있어 학교 측에서 요구한 기본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 메이커 스페이스의 기능을 복도 공간까지 확장했으면 한다.
- 넓은 교실에서 학생들의 안전한 학습활동을 위해 선생님의 관찰 통제가 용이한 공간이었으면 한다.
- 기존 3개의 교실을 메이커스페이스와 기자재실로 구분 사용이 가능했으면 한다.
메이커 스페이스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고, 발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육청과 성원초등학교는 설계를 맡을 건축가를 선정하기 전에 기존에 운영 중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하나씩 탐방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기존 메이커 스페이스의 장점을 활용하되 서부 메이커 스페이스만의 특성을 살릴 방안이 없을지 고민하였다. 우리는 기존 메이커 스페이스처럼 너무 많은 기자재나 도구들이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들이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을 제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지양하고자 했다.
다 같이 모이는 테이블
성원초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요소는 테이블이다. 활동을 지원해줄 기자재와 재료들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함께 (혹은 혼자)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테이블이 공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대 15명까지 모여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 두 개를 디자인하여 메이커 스페이스의 중심을 형성하도록 의도하였다. 두 개의 테이블은 각기 뚜렷한 기하를 지니도록 원형과 사각형을 테마로 디자인하였으며, 초등학생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스케일을 고려하여 의자를 두는 대신 바닥에 앉아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테이블은 안과 밖의 공간을 지니며, 교육이나 제작 활동 시에 공간을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방식이다. 테이블을 떠받치는 구조물은 분명한 형태적 특징을 지니는데, 작은 기하 단위가 연결되어 구조체를 형성한다. 이는 학생들이 앉았을 때, 개개인의 작업 공간이 자연스럽게 나뉘는 효과를 지닌다.
따로따로 테이블
창가에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했다. 남측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아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디자인했다. 공사비 제약으로 창호 교체나 개별로 사용할 작업 조명 설치는 실현되지 못했지만, 개인 테이블이 그룹 테이블의 복작복작한 느낌과 대비되며 또 다른 측면으로 좋은 작업공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테이블과 벽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홈을 만들어 콘센트를 매입하여 전동도구를 사용하거나 충전할 수 있다.
아치가 만들어내는 연속된 방
세 개의 연속된 교실을 분리하던 벽체를 철거하여 하나의 커다란 방을 만들었다. 리모델링 특성상 천장고를 변화시키거나 외벽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학교의 기존 공간 구조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 제약이 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로 기존 벽체의 일부를 활용하여 아치형 경계부를 만들었다. 하나의 방이자 세 개의 방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어 아이들이 아치를 통과하며 공간을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인 테이블 옆에는 역전된 형태의 작은 아치형 개구부를 만들어 서로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복도 전시 벽
메이커 스페이스는 학습하고 만드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다. 창작물을 학생들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도와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분하는 벽체는 그 자체로 훌륭한 전시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창작물을 올려놓을 수 있는 전시대와 적절한 전시 조명, 수납함을 벽체와 일체화하여 계획했다.
아이들이 오가면서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살펴보고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메이커 스페이스의 본질은 배우고,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다. 성원초 프로젝트의 제한된 예산과 물리적 조건에서 벽체와 가구를 활용한 최소한의 개입으로 얻고자 바랐던 것은 이 본질적인 세 가지 행위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175-1 서울성원초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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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지상3층 3개 교실 |
건축면적 |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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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 |
최고높이 | |
시공 | (주)아트뱅크 |
용도 | 교육 및 연구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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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한울 |
설계 | 구보건축사사무소 |